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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journalism/유럽 저널리즘 보고서

유럽 저널리즘 보고서(2) - 노란 조끼 운동

프랑스 노동조합 가입률은 6% 정도입니다. 도미니크(Dominique Pradalie) 프랑스 기자 노조(SNJ)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자 노조 가입률(약 10%)을 언급하면서 밝힌 수치입니다. 물론 이 수치를 우리가 프랑스보다 노조 활동이 활발하다는 근거로 삼으면 매우 곤란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한 사회가 지닌 역량을 입체적 분석 없이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고작 며칠 동안 그 함정에 자주 빠졌습니다.

 

프랑스는 산별협약이 단체협약효력확장·확대제도를 거쳐 대부분 노동자가 협약을 적용받는 구조입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높은 수준으로 단체협약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원래 노조 조직률은 낮지만 협약 적용률은 높은 사회입니다. 도미니크 씨가 주목하는 것은 위축되는 노조 활동 흐름입니다. 어쨌든 프랑스 사회가 노조 활동을 흘겨보는 만큼 가입률도 점차 줄어드는 게 사실입니다. 중도우파가 주도하는 의제 설정을 견제할 기반인 노조가 허약하다는 진단입니다.

 

 

취재 중 사망한 저널리스트를 추모하는 입간판.

 

 

프랑스 저널리즘이 겪는 위기 

 

도미니크 씨가 프랑스 저널리즘 위기를 언급하며 SNJ가 주도적으로 반대하는 법을 소개했습니다.

 

"2015년 테러 이후 정부가 사생활과 개인 핸드폰 정보를 볼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인 만큼 기자에게 위협적이다. 또 업무적 비밀을 공개할 수 없게 하는 법이 생겨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제약회사가 문제를 일으켰는데도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오히려 기자에게 협조한 내부 고발자가 처벌되는 지경이다."

 

중도우파 득세-노조 약화-테러로 이어지는 도미니크 씨 서술에 담긴 맥락입니다. 취재 영역과 활동, 보도를 제한하는 흐름을 직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재벌이 진행하는 매체 독점을 짚어야 합니다.

 

프랑스 주요 지역 일간지 현황을 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거대 그룹이 진행하는 매체 수집은 이미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특히 지역신문은 더 심각합니다. 1947년 175개이던 지역 일간지는 2014년 조사 때 60여 개로 줄었습니다. 8개 거대 기업이 지역신문 대부분을 소유합니다. 미디어 그룹 형태로 운영되나 자본에는 재벌, 무기업체, 금융그룹 지분도 상당합니다. 도미니크 씨는 이런 미디어 시장 재편이 낳은 뉴스 생산 환경에 주목했습니다. 

 

"취재보다 기사 생산이 우선이다. 기자가 현장에 있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서 뉴스를 생산한다. 그저 소비되는 뉴스가 중요할 뿐이다."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취재 내용을 글로 쓰는 게 기사인데 취재와 기사가 다른 개념이 돼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낯설지 않은 현실입니다. 매체 독립성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같은 기업에 속한 매체끼리 생산성(저비용)을 앞세워 공유하는 기사는 정보 획일화로 이어집니다. 그나마 지역 뉴스에 밀착하고 심층 보도를 지향하는 소규모 매체가 선전하는 사례는 있다고 합니다. 재벌이 매체를 독점하는 미디어 시장 흐름에 대한 반작용이겠습니다.

 

 

도미니크 씨 기자증.

 

 

노란 조끼 운동

 

2018년 마크롱 정부가 유류세 인상 계획을 밝힙니다. 부유세와 자본소득세 감세로 고소득층을 챙기던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오히려 증세 정책을 강제한 셈입니다. 유명한 '노란 조끼 운동' 발화점입니다. 집회와 시위는 우리가 늘 접하던 과격한 프랑스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계기는 유류세 인상이었지만 마크롱 정부에 대한 쌓였던 불만이 광범위하게 폭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합니다. 권력을 향한 분노가 거리로 쏟아지는 현장은 저널리즘이 가장 절실한 곳이기도 합니다.

 

"시민은 미디어가 쏟아내는 거짓 보도에 분노했다. 현장을 취재한 일부 젊은 기자는 자기가 본 현실과 보도되는 현실이 다른 것을 확인하고 각성하기도 했다. 쓰기만 하던 기자들이 취재하고 쓰기 시작한 것이다. 노란 조끼 운동 초반에 엉망이던 보도가 점점 개선된 동력이다. 이들 덕에 미디어에 분노하던 시민도 권력에 숙이는 매체와 현장에서 뛰는 기자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도미니크 씨는 노란 조끼 운동을 계기로 나타난 각성에서 희망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는 인터뷰 중간 휴식 시간에 SNJ 사무실 옆 작은 광장으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광장 한 곳에 세운 소박한 입간판 앞에서 그가 멈췄습니다. 간판에는 이름과 연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기슬레인(Ghislaine Dupont)·클로드(Claude Verlon)·카밀(Camille Lepage) 씨입니다. 이들은 2013~2014년 말리와 중앙아프리카에서 취재 중 살해당한 저널리스트입니다. 기술과 정보가 차고 넘치는 요즘 저널리즘 실현은 현장을 전하려는 과장 없는 열정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미니크 씨가 답한 가짜 뉴스(fake news) 정의를 옮깁니다.

 

"잘못된 정보는 있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해서 여론을 조작하려는 게 가짜 뉴스다.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는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