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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journalism/지역신문

#9. 수익과 지역신문

매체 생산자 처지에서 언급하는 위기는 아직 저널리즘보다 수익에 쏠리는 듯합니다. 부끄럽지만 현실입니다. 당장 지역신문만 봐도 광고·사업 매출이 해마다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한다면 지금처럼 위기를 인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큰 지장이 없다면 일상적으로 본질을 고민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체가 겪는 위기는 저널리즘을 회복하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모두 얻는 법은 없듯, 모두 잃으라는 법도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매체는 소비자 규모를 앞세운 광고 유치와 광고 단가 키우기를 수익 모델로 삼았습니다. 신문을 공짜로 뿌리더라도 구독자 수를 확보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주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요구합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매체 영향력을 근거로 내세워 거래 대상을 회유·압박합니다. 언론사 이름을 내세운 행사와 사업 유치 진행도 기본 구조는 같습니다.

 

광고와 사업 거래 대상은 한정적입니다. 대부분 기관이나 기업에 쏠립니다. 효율성이 작동하는 지점입니다. 1000명에게 1만 원씩 월 1000만 원을 받는 것과 한 명에게 월 1000만 원을 받는 데 들어가는 수고를 비교하게 됩니다. 1만 원을 지급하는 한 명에게 들이는 노력이나 1000만 원을 지급하는 한 명에게 들이는 노력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결론은 쉽게 나옵니다.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 <쇼생크 탈출>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구조는 굳어집니다. 권력과 자본 눈치를 보지 않는 언론 좋습니다. 도민 6000여 명이 주주로 참여해 탄생한 경남도민일보는 당연히 1000명에게 받는 1만 원을 훨씬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경남도민일보 재정 구조를 좀 봤습니다. 질문입니다.

 

"현재 경남도민일보 매출 가운데 독자에게 나오는 매출은 몇 퍼센트일까요?"

 

7% 언저리입니다. 나머지는 광고와 행사, 사업 매출입니다. 그 매출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 즉 광고·사업을 주는 의사결정권자는 다름 아닌 자치단체장, 기관장, 기업가입니다. 실제 경남도민일보는 홍준표 도정에 한참 날을 세우다가 상당한 매출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독자와 지역 주민에게 큰 응원을 받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매출 90% 이상은 여전히 독자 아닌 쪽에서 나왔습니다.

 

누구 탓하는 게 아닙니다. 지역신문 독자가 바라는 저널리즘을 구현하려면, 지역신문이 버틸 수 있는 힘 역시 독자에게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익 대부분을 기득권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언젠가는 그 힘에 휘둘립니다. 더하고 덜하고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시간문제입니다. 지역신문은 1000명에게 받는 1만 원이 한 명에게 받는 1000만 원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체화해야 합니다. 지역신문은 매출 가운데 독자 관련 수입이 가장 많다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경남도민일보부터 2년 안에 매출 30% 이상을 독자에게 끌어낼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공감을 얻어야 합니다. 지역 생태계에서 건전한 매체와 시민이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 과정이 더디다면 지금까지 1000명이 만든 1만 원을 가볍게 여긴 대가일 것입니다. 그 대가를 치를 각오는 돼 있습니다. 무슨 시도든 공감을 얻을 기회마저 이미 날린 게 아닌가 싶어 두려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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