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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journalism/지역신문과 뉴미디어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1) 디지털 시대 그리고 콘텐츠

지난 글 모음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 프롤로그

 

 

신문 처지에서 디지털 시대 시작은 언제일까요? 생산 과정이 디지털 기기로 바뀌는 시기라면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정도로 어림잡습니다. 뉴스 소비 도구가 디지털 기기로 바뀌는 시점이라면 1990년대 중반에서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는 시기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디지털 의미를 도구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 협소합니다.

 

 

디지털 시대

 

디지털 시대 이전까지 정보 흐름과 전달 과정은 일방적이었습니다. 정보를 독점하는 주체, 이를 모아서 확산하는 주체가 있습니다. 이들이 골라낸 정보를 소비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신기 - 전파 - 라디오 - TV - 인터넷 등 정보 생산·소비 수단이 더욱 빠르고 정교해지는 과정에서도 일방성은 유지됩니다. 아마 언론 권력은 이 시기에 정점을 찍었을 듯합니다.

 

 

 

대략 2000년대부터 매체 권력을 유지하는 두 가지 축 가운데 하나인 정보 독점에서 균열이 생깁니다. 앉은자리에서 전 세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은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매체는 첫 고비를 겪습니다.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만큼 매체가 과시하던 힘도 꺾입니다. 그나마 이 시기는 소비자가 기존 매체만큼 정보 확산력을 갖추지는 못합니다.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민과 대안 미디어가 과감한 시도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담론 확산은 기존 매체가 점유한 플랫폼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존 매체가 권력을 유지하는 다른 한 축인 확산력이 흔들리는 시기는 2010년대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트 기기 보급과 더불어 SNS 등장은 정보 생산과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꿉니다. 웬만한 정보는 이제 독점되지 않습니다. 정보 수집 - 가공 - 확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기존 매체는 정보 수집 즉시 확산까지 이어지는 지금 유통 방식을 속도전에서 전혀 당해내지 못합니다. 스마트 기기를 보유한 개인은 정보 생산자이며 유통자고 소비자로서 담론을 주도합니다. 이제 부정할 수 없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디지털 시대 콘텐츠 생산과 소비

 

시공을 초월해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정보 수집량과 범위에 소비 영역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제공되는 정보만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던 시절 소비자는 원하는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정보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3~4분 듣고자 관심 없는 음악을 40~50분 집중해서 들어야 했던 시기가 아마 라디오 전성기지 싶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읽을 게 귀했던 시절이야말로 신문이 전성기를 누리던 때입니다.

 

소비자 처지에서 정보 수집 방식이 제한적이었기에 오히려 다양성을 취할 수 있었던 점은 역설적입니다. 지금은 BTS 음악과 영상, 커뮤니티, 관련 뉴스와 정보로 24시간 내내 겹치지 않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BTS 대신 축구선수 메시를 넣어도 되고 마블 영화를 넣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소비한 한 가지 콘텐츠는 다시 SNS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됩니다. 공감하는 사람끼리 커뮤니티를 이루면서 재생산됩니다.

 

 

 

흥미로운 콘텐츠에 집중하는 방식은 소비뿐만이 아닙니다. 콘텐츠 생산도 취향과 수익이 만나는 어떤 지점에 집중됩니다. 소비와 생산 모두 이른 바 꼴리는 것, 꽂히는 것에 몰립니다. 포털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이런 현상을 부추기며 수익 모델로 삼습니다.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목록화해 제공하는 서비스에 공을 들입니다. SNS는 어떻습니까? 관심사가 다른 이와 SNS 타임라인을 비교하면 같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다른 화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 콘텐츠 생산과 소비 흐름을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보여 주고 싶은 것만 생산하고 보고 싶은 것만 소비한다."


이는 관심 있는 분야는 아주 높은 수준으로, 모르는 분야는 아예 모르는 ‘개인적 정보 비대칭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현상으로 말미암은 부작용이 사회적 과제로 누적될 것입니다.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시대이고 그래도 되는 시대입니다. 문제는 지역신문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