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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journalism/지역신문과 뉴미디어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2) 외면받는 것에 담긴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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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과 뉴미디어 - 프롤로그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1) 디지털 시대 그리고 콘텐츠

 

 

이제 지역신문 이야기입니다. 지역과 신문, 디지털 시대에 가장 외면받는 조합 아닙니까? 지금은 정보를 넘어 원하는 제품조차 외국 마켓에서 직접 구입하는 세상입니다. 지역은 나와 가장 밀접한 세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까이 있기에 가장 하찮은 세계처럼 보이기 십상입니다. 심지어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 취급도 받습니다. 사람도 기업도 지역을 떠납니다.

 

 

지역과 지역신문이 겪는 위기

 

지역이 기반인 지역신문이 무슨 통뼈일 리 없습니다. 지역 현실과 지역신문 현실은 따로 놀지 않습니다. 앞서 디지털 시대 콘텐츠 생산과 소비 특징을 언급했습니다. 지역신문이 고전하는 이유는 쉽게 드러납니다. 지역신문은 정보를 독점하지도 않고 정보를 광범위하게 유포하는 장도 아닙니다. 원하는 정보만 제공하지도 않고 내가 보유한 콘텐츠를 공유하며 확산하는 공간도 아닙니다. 느린 데다 재미없고 콘텐츠를 다루는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지역신문도 물론 큰 흐름과 위기를 감지합니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요구를 즉시 반영하기 버거운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느린 걸음이지만 유행을 좇고자 허덕입니다. 의욕과 별개로 성과는 늘 안타까운 수준입니다.

 

 

 

언론이 겪는 근본적인 위기는 뉴스 소비자에게 얻는 수익 비율이 매우 낮다는 데 있습니다. 구독료, 후원 등 뉴스 소비자에게 직접 나오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를 넘는 언론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90% 이상 매출을 광고, 사업, 행사 같은 것으로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매출을 제공하는 주체가 바로 기득권입니다. 언론이 기득권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마땅한데 어찌 현실은 기득권이 언론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꼴입니다. 저널리즘 성취는 심각한 역설을 떠안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론은 언론 흉내를 내는 장사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그런 매체가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은 매체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지역신문 구성원이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지역신문이 살아남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문제를 보겠습니다. 생산하고 싶은 것만 생산하고 소비하고 싶은 것만 소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도 되는 시대고 그 취향을 빼어나게 잘 반영하면 더 주목받는 시대입니다. 지역신문은 이 흐름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2019년부터 뉴미디어 업무를 시작하고 여태껏 답을 내놓지 못한 과제입니다. 2년 남짓 작은 성취와 몇 배 큰 좌절을 거듭하니 이제 오기가 생깁니다. 지역신문은 디지털 시대 생산·소비 방식을 반드시 추격해야만 할까? 그게 지역신문 뉴미디어가 디지털 시대를 살아내는 방법일까? 질문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그나저나 생산도 소비도 내키지 않아 외면하는 뉴스는, 콘텐츠는 의미 없는 것일까?"

 

 

외면받는 것에 담긴 가치

 

생산자와 소비자가 꼴리거나 꽂히는 게 아니면 의미 없을까요? 경남도민일보는 결과물이 좋든 나쁘든 상당히 가치 지향적인 매체입니다. 도민주주 신문이라는 태생이 그렇고 대부분 구성원 인식이 그렇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향하는 의미 있는 작업은 따지고 보면 디지털 시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별 매력 없는 게 대부분입니다. 신문은 그날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사를 1면에 배치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최근 며칠 동안 1면에 넣은 기사를 보겠습니다.

 

마산로봇랜드 손 뗀 민간사업자 1202억 빚더미 (2021년 4월 9일)

4.7 재보선 승자는 국민의힘 (2021년 4월 8일)

4000명 고용 기대 쿠팡 물류센터 창원·김해에 (2021년 4월 7일)

용유담 내 숲 훼손한 함양군 도마 (2021년 4월 6일)

 

 

 

그나마 '쿠팡'이 보이는 7일 자 기사 정도가 눈길을 끌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머지 기사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외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마산로봇랜드나 함양군 용유담 숲은 지역언론이 굳이 들춰내지 않으면 들여다볼 대상도 아닙니다. 그런 사실 좀 모른다고 사는 데 지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롭지 않다고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지역신문은 당연하지만 증명하기 어려운 이 과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역신문은 디지털 시대 소비자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생태계에 이미 적응한 생산자만큼 순발력을 발휘할 수도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에게 맞추고 디지털 시대 생산자와 경쟁하는 기술은 지역신문에 없습니다. 그런 기술이 있는 재원이 지역신문에서 일할 이유도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 지역신문은 콘텐츠 소비자가 관심 없고 생산자가 외면하더라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야 합니다. 이렇게 찾아낸 콘텐츠에 소비자 관심이 쏠리도록 가공하는 게 지역 신문이 단련해야 할 기술입니다. 당장 흥미를 끌지 못하더라도 가치를 놓치지 않고 매력적으로 가공하는 그 기술입니다. 이런 콘텐츠를 향한 뒤늦은 호의가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선순환할 때 지역신문 생존 공간은 더욱 넓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신뢰 회복입니다. 지역신문 사명은 우리가 쉽게 외면하는 소중한 것에 담긴 가치를 증명하는 데 있습니다. 한 발 더 다가가면 그야말로 살아 있는 일상과 이웃, 동네, 지역에 담긴 이야기를 성실하게, 매력적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대부분 어렵고 당장 보람을 챙기기 어려운 작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신뢰를 얻고 그 신뢰가 쌓일 때 지역신문이 상품으로써 가치를 넘어 지역 사회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은 신뢰는 지역 담론을 펼치는 공론장 역할까지 이어집니다.

 

디지털 시대 각자 스피커를 보유한 개인은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법을 잊는 중입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퍼뜨리며 공유하는 수단이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 개인은 다른 목소리에 굳이 귀기울이지 않고 사는 법을 체화합니다. 공동체에서 반드시 필요한 갈등 조정, 이를 통해 공존하는 지혜를 가볍게 여깁니다. 이런 과정에 소홀한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뻔합니다. 공존 반대말은 공멸입니다. 서로 등진 개인을 돌려세워 마주 보게 하고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 또한 지역신문 역할입니다. 당연히 시민은 그런 역할을 신뢰 없는 매체에 맡기지 않습니다. 지역신문이 공론장으로 지역민에게 신뢰를 얻는다면 존재 당위성을 얻을 것입니다. 당위성 확보는 생존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지역신문은 주체적인 시민과 어깨 걸고 걷는 동반자가 돼야 합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지역신문은 디지털 시대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꺼리는 가치에 선뜻 몸을 던질 수 있습니까? 이 가치가 유용하다는 것을 매력적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까? 그 성과를 지역민과 공유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답을 쉼 없이 내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