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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journalism/지역신문과 뉴미디어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5) 분업과 협업 그리고 결핍

지난 글 모음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 프롤로그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1) 디지털 시대 그리고 콘텐츠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2) 외면받는 것에 담긴 가치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3)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부
지역신문과 뉴미디어 (4) 기획과 업무

 

 

사회부 기자가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사진기자가 현장을 찍습니다. 협업입니까, 분업입니까? 취재기자가 출고한 기사로 편집기자가 신문을 제작합니다. 협업입니까, 분업입니까? 행사에서 취재기자가 찍은 영상을 뉴미디어부 기자가 편집해 출고한 기사에 붙입니다. 협업입니까, 분업입니까? 2002년 입사하고 첫 취재를 나갈 때 받은 지시가 있습니다.

"사진 챙겨라. 기자는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사진도 찍어야 된다."

그래서 받은 게 16메가(기가 아닙니다) 저장장치를 넣은 300만 화소(맞습니다)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입니다. 그리고 2020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은 현장에서 최소한 사진 정도는 걱정하지 않는 조직이 됐습니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시대 기자가 요구받는 뉴미디어 역량이 기사 관련 사진 챙기는 것보다 쉬울 리는 없을 텐데 말입니다.

 

 

 

 

분업과 협업

 

분업은 작업 참가자가 의도와 과정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맡은 일만 처리하면 결과가 나옵니다. 내가 바퀴에 타이어만 끼워도 공정 끝에는 자동차가 나와 있습니다. 의도와 과정을 충분히 공유하면서 일을 진행한다면 '협업'이라고 하겠습니다. 각자 어떤 작업을 맡더라도 의도와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고 합의를 거친 의견이라면 결과에 반영돼야 합니다. 물론 분업 속에서 협업이 진행되기도 하고 협업 과정에서 분업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는 분업 효율을 개선하면서 생산량을 극대화했습니다. 규모 싸움이고 물량에서 밀리면 도태되거나 다른 판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한때 신문이 극단적인 지면 늘리기 경쟁을 했던 이유입니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매체는 상대적으로 규모와 물량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게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작업한 아무리 하찮은 영상이라도 10~20년 전 같은 수준으로 결과물을 얻으려면 비교할 수 없는 인력과 장비,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우리 노력과 상관없이 기술과 플랫폼으로 넘어선 한계입니다. 디지털 시대는 묻습니다.

 

"그렇게 거저 얻은 효율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다시 뉴미디어

 

뉴미디어는 도구나 수단이 아닙니다. 어떤 개인이나 부서가 맡은 업무도 아닙니다. 뉴미디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저널리즘을 성취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기자 개인은 도구나 수단을 많이 갖출수록 유리할 것이며 늘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신문, 방송이 올드미디어고 유튜브가 뉴미디어가 아닙니다. 신문, TV, 라디오, 팟캐스트, 유튜브, sns, 메신저, 블로그, 게시판 모두 미디어입니다. 우리가 생산한 뉴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 미디어(수단)를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 매체는 뉴미디어에 적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익숙한 생산 수단에만 의존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 매체는 올드미디어로 남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개념을 연장해서 신문 매체가 고민하는 디지털 뉴스룸 문제도 보겠습니다. 디지털 뉴스룸 운영을 고민하는 매체가 내세우는 가장 큰 과제는 이런 것 같습니다.

"신문 중심 생산 마인드를 어떻게 온라인 중심으로 바꿀 수 있을까?"

디지털 퍼스트? 온라인 노출? 새로운 형식? 구독자 중심? 색다른 기획과 기사? 다른 플랫폼? 과제는 한없이 펼쳐지고 중첩됩니다. 어쨌든 새로운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최신 통합 CMS를 도입합니다. 현장에서는 업무 피로도를 높이니 어쩠느니 이런 반응도 나오는가 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하루 100건 언저리, 온라인 기사까지 더하면 130~140건 정도 생산하는 매체입니다.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 단신을 제외하면 50~60건 정도로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엄청난 시스템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만 겨우 뭘 할 수 있는 그런 매체가 아닙니다. 작업 효율을 높이는 좋은 시스템은 조건이 맞아 잘 갖춰지면 좋지만, 당장 없다고 해서 뉴미디어를 못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뉴미디어 유전자를 이식하지 못한 조직이 생산 체계만 뜯어고쳤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결핍에서 찾는 답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한계 데이터'를 쌓는 것입니다. 어떤 장비가 있거나 시스템을 갖추면 우리도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아닙니다. 다양한 시도가 막히는 지점을 찾는 작업입니다. 그 한계 데이터가 쌓여야 이를 해결할 적확한 답도 기회비용 낭비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신문 먼저, 온라인 먼저 이런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가 현재 가진 수단(신문·온라인·오디오·영상)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활용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저널리즘을 성취할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시도가 디지털 시대 지역신문이 뉴미디어를 운용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계 데이터를 쌓는다는 것은 결국 결핍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신문 기자가 기사를 마감하고 노트북을 닫아도 됩니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도구로 담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다른 수단으로 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는다면, 그 수단을 쓰지 못해 결핍으로 남는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그 결핍을 채우고자 한다면 뉴미디어는 그 지점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