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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journalism/지역신문

#4. 기자와 지역신문

매체가 지닌 힘은 기자(記者)입니다. 과장할 것도 깎아내릴 것도 없습니다. 기자는 매체가 마주한 한계를 넘을 가능성이면서 매체 가능성을 가로막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결국, 기자가 바뀌지 않는 매체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면 신문은 끝이라는 경고는 시장 구조보다 기자를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신문 시장이 죽었다는 말은 냉정하게 신문 기자가 죽었다는 말입니다.

 

앞서 '존중받던 과거에 배인 돼먹지 못한 습관은 무시당하는 오늘까지 남아 혐오 대상이 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오만하고 건방지다는 말입니다. 태도까지 문제 삼지는 않겠습니다. 이를테면 기사 첫머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거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같은 단정은 얼마나 무모합니까?

 

 

"저널리스트 느낌?"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 


저널리스트를 존중합니다. 늘 그 이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이면을 알리고 부조리를 캐내며 불의를 고발해 변화를 끌어내는 저널리스트,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통찰하는 그 저널리스트는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늘 동경 대상입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널리스트가 로망이라면 현실은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역할을 더 고민하게 됩니다. 복잡한 현상이나 뉴스를 잘 정리해 전달하는 능력이면서 점점 독자와 소통하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널리스트가 선동이라면 커뮤니케이터는 연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선동과 연대에 우열은 없습니다. 모두 필요하고 의미 있는 역할입니다.

 

저널리스트와 커뮤니케이터는 이질적인 능력입니다. 두 가지 능력 가운데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어딥니까? 하지만, 지금 미디어 시장은 태연하게 두 가지 능력을 모두 요구합니다. 더욱 버거운 것은 두 가지 능력이 기자가 도달할 결승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출발선에도 서지 말라고 강요하는 흐름입니다. 지역신문 기자 처지에서 난제입니다. 아마 이 지점에서 매체 역량이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성원이 저널리스트와 커뮤니케이터로서 능력을 모두 갖추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물론 현실은 한 매체가 내세울 만한 저널리스트, 커뮤니케이터 한 명 키우기도 버겁습니다. 섬세하게 역량을 파악해 저널리스트도 살리고 커뮤니케이터도 살려서 서로 협업하게 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돌파구일 듯합니다. 지역신문이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과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 다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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